북한산 의상능선 종주 후기
다녀온지는 좀 되었는데 날이 추워서 산에 못 가니 사진만 뒤적거리다 정리를 했습니다.
서울 시내에 있는 산행 코스 중에서는 꽤 험하기로 이름난 의상 능선에 다녀왔습니다.
폭설 내리기 전이라 다행히 눈때문에 힘든 건 없었지만 그래도 명불허전인지라 꽤 힘들었습니다.
의상능선 코스는 반환점인 대남문까지 의상 능선을 타고 갔다 대서문 쪽으로 돌아서 하산하는 대충 둥근 환형 코스입니다.
대남문에서 하산하는 코스는 트래킹 수준의 평평한 관광 코스라 난이도도 낮고 등산객들도 정말 많습니다.
경치는 당연히 하산하는 사찰 코스쪽이 좋습니다.
사찰도 여러 개 있고...
목표가 의상능선 코스여서 북한산 입구에서 바로 의상능선 코스로 갈라집니다.
의상능선 코스가 길이 좁아서 사람들 부대끼면 힘들기 때문에 해뜨기 전에 도착해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사찰 쪽 등산로는 간간히 올라가는 분들이 있는데, 의상 능선 쪽은 정말 한 명도 오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후 대남문 완주할 때까지 정말 사람을 한명 못 만났습니다.
그 긴 코스에 정말 나 혼자였습니다.
의상능선은 초입의 의상봉 오르는 코스가 가장 가파릅니다.
가파르지만, 길은 잘 정리가 되어있어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올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익숙한 길이라 뭐 고민할 것도 없이 외길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의상봉 정상 거의 다 와서 유명한 토끼바위 도착.
풍경이 워낙 좋은 곳이라 다들 여기서 사진 한 장씩 찍고 갑니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토끼랑 별로 안 닮았습니다.
의상봉 도착.
정상 부분이 넓고 쉼터가 조성되어 있어서 쉬었다 가기에 좋습니다.
나밖에 없으니 제일 좋은 바위에 앉아서 물 조금 마시고 다시 출발합니다.
의상봉 이후부터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면서 바위 봉우리 봉우리를 타고 계속 넘게 됩니다.
"악"자 들어가는 거친 산들에 비하면 난이도는 낮지만,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하기 때문에 경사는 많이 가파릅니다.
설악산 공룡능선 가고 싶은 등린이의 필수 통과 코스라고 불리는 만큼 오르막은 정말 가파릅니다.
의상봉에서 대남문까지는 3Km입니다. 생각보다 거리가 꽤 됩니다.
여기서부터 바위를 타고 오르는 와이어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장갑은 필수입니다.
두 번째 봉우리인 용출봉 도착.
여기까지는 아직 체력이 많이 남아서 풍경 구경하면서 감상할 여유가 있습니다.
세 번째 봉우리인 용혈봉 도착.
여기서 문제의 액션캠이 배터리가 나갑니다.
타임랩스로 코스를 주욱 찍고 싶었는데, 5시간 간다던 스펙과 달리 2시간 좀 넘어가니까 아웃입니다.
중국산이니까 뻥 스펙은 예상했지만 타임랩스는 물 건너갔습니다.
북한산 탐방지원센터 입구에서부터 절반쯤 통과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코스가 더 힘들어집니다.
증취봉 도착.
봉우리는 못 올라가고 옆으로 돌아서 통과해야 합니다.
부왕동 암문 도착.
여기쯤 오면 거의 다 온 거 같지만, 아직 1.2Km 남았습니다.
여기서부터 힘에 부치면서 사진 찍는 게 귀찮아지고 그냥 패스 패스입니다.
거의 다와 가지만 겨울 시즌이라 얼음 빙벽이 된 와이어 타는 오르막을 계속 올라야 합니다.
굳이 안 올라가고 옆으로 빠져도 되지만 나한봉 치성까지 올라갑니다.
복원작업이 완료돼서 성벽의 모습은 갖췄지만, 뭐 그다지 볼 건 없습니다.
여름에는 바람도 불고 시원한 쉼터 역할을 하는 풍경에 진심인 위치지만, 겨울에는 그냥 바람 부는 돌벽입니다.
나한봉에서 더 올라갈까 고민을 하다 그냥 돌아서 대남문으로 가기로 합니다.
성랑지 거쳐서 청수동 암문을 지나면 드디어 대남문이 나옵니다.
대남문에 사람이 이렇게 없는 건 처음입니다.
사찰 코스 쪽으로 아침 일찍 올라온 등산객 몇 분이 보일 뿐 한적합니다.
주말 오후쯤 되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곳이라 조금 낯섭니다.
등산로 맵에서 맨 밑이 현재 위치인 대남문입니다.
왼쪽 끝 대서문에서부터 능선 코스를 타고 온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위쪽 행궁지 쪽으로 내려가서 사찰들이 모여있는 중성문 코스로 내려가면 됩니다.
내려가는 코스는 5.2Km입니다.
간식 먹고 물 한잔 마시고 빛의 속도로 하산하기 시작합니다.
길이만 길뿐 평평한 트래킹 길 정도여서 주변 풍경 구경하면서 가기 좋습니다.
대성문, 대성암 방향으로 길 따라서 하산합니다.
돌로 계단 조성을 잘해놔서 이쪽 코스는 편하게 다닐 수 있습니다.
절반쯤 내려가면 사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사찰이 여러 개 있고, 공중화장실도 있습니다.
화장실 급한 분은 여기서 볼일 보고 잠깐 쉬어가는 거 추천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산을 오르는 나이 든 60~70대인 등산팀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절반쯤은 마스크도 안 쓰고 몰려서 올라갑니다.
조금 씁쓸합니다.
거의 다 내려오니 완전 평지가 펼쳐집니다.
30분 정도만 더 가면 북한산 탐방지원센터가 나옵니다.
목이 말라서 조성해 놓은 쉼터에 앉아서 몸에 좋은 주스 하나 까먹고 잠깐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정신줄을 놓고 한참을 인터넷을 하면서 노닥거리다 휴대폰 배터리가 다 돼서 꺼지는 참사가 일어납니다.
트래커도 여기서 끊겨버리고...
사진도 여기서 끝입니다. 하아...-_-;
환종주에 걸린 시간은 총 5시간이었습니다.
트래커 끊기고 30분을 더 내려왔습니다.
등산 시간 5시간 중 3시간 반은 의상 능선 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북한산 국립공원 등산로 코스는 주차장 시설도 잘 되어있고, 힘든 의상능선 코스가 무리인 등린이면 사찰 코스 쪽으로 오르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재미있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입니다.
서울권에서 바위산 타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으면 강추입니다.
다만, 눈 온 후에는 절대 비추입니다.
그리고 입구 주차장 부근에 있던 CU가 폐업?을 했습니다.
여기서 김밥이랑 이것저것 사가려고 했다가 많이 당황했습니다.
항상 챙겨가는 비상식량이 있어서 대충 어떻게 때웠지만 하마터면 헝그리 산행을 할 뻔했습니다.
새벽시간에 가는 분은 다른 데서 간식이나 물을 조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