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가서 10만원짜리 짬뽕을 먹고온 후기 - 망한 군산 근대문화역사박물관 방문기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군산 근대 역사 관련 컨텐츠를 보다 급 뽐뿌가 왔습니다.
가서 우리의 근대 식민지 역사를 직접 눈으로 보자.
보통 지방에 있는 이런 관광지나 역사 시설물이라는게 막상 가면 볼게 별로 없는걸 이미 온몸으로 체험해서 알고 있어서 마음 한구석에서 좀 망설여졌지만...
가기로 했습니다.
티맵으로 찍어보니 3시간 걸립니다.
멉니다.
평일이니 차는 안막히지만, 근대역사박물관 관람하겠다고 왕복 6시간을 써야 합니다.
점심 전에 도착하려고 아침 일찍 출발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점심 전에 도착해서 박물관 잠깐 보고 짬뽕을 먹고 해 떨어지기 전에 집에 돌아오는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짰습니다.
주차장 입구에 도착했는데 좀 쎄합니다.
평일이라 사람이 없을 건 예상했지만...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두리번거리면서 텅텅 빈 주차장 어디다 세우나 고민을 하는데 현수막이 하나 보입니다.
망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옵니다.
언제 재 개관한다는 일정도 없습니다.
박물관 본관 정문 앞에는 공사 자재들과 내부 집기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한숨이 나옵니다.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싶어서 괜히 애꿎은 짠내 나는 바닷가 구경을 하면서 본관 주변을 한 바퀴를 도는데 매표소?가 보입니다.
휴관인데 왜 임시 매표소가 있는 거지?
여기서 그냥 돌아갔어야 했는데, 온 김에 뭐라도 보고가야지 싶어서 매표소 앞으로 가서 먼저 표를 끊은 분들에게 가이드가 하는 설명을 엿들었습니다.
본관은 휴관이고 근처에 몇 개 있는 근대 역사 박물관 시설 통합권? 같은 걸 끊어주는 거 같았습니다.
그냥 돌아갈 수 없어서 나머지 근대 역사 시설이라도 보고 가려고 끊었습니다.
통합권 2,000원.
설명은 들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5개 중에 1개는 휴관, 3개는 역사 공원 근처 박물관 시설 통합권이고, 1개는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합니다.
나중에 지도 찍어보니 자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구암 역사공원 3.1 운동 기념관입니다.
근처 3개(18은행, 조선은행, 진포 해양공원) 돌아보고 3.1 운동 기념관은 바로 포기했습니다.
근대 미술관은 일제강점기 18은행을 리모델링한 미술품 전시관입니다. 임시 매표소 바로 옆이고...
볼 게 없습니다. 근대사를 주제로 한 현대 미술품? 전시관이고 작품도 몇 개 없습니다.
여기서 이미 살짝 눈치를 챘습니다. 망했구나...
바로 근대건축관으로 이동.
복원한 조선은행에 마련된 근대건축관은 미니어처들이 좀 있어서 볼만했습니다.
군산에 남은 근대 일본식 건축물들을 보고 싶었던지라 구경한 군산 박물관 건물들 중에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조선은행 건물도 복원이 잘돼서 나름 멋있었습니다.
조선은행은 건물 야경도 정말 예쁩니다.
대충 보고 커피라도 한잔 하고 위봉함으로 가야지 했는데...
자판기도 근대 문화유산인지, 현금을 넣어야 합니다.
동전 안 가지고 다닌 지 100년은 더 된듯한데...
속도 타고, 목도 타고...
평일이라 공원 안 노점들도 모두 닫아서 커피 한잔 먹으려면 도로 건너편 커피숍으로 가야 합니다.
해양공원을 가로질러 위봉함 쪽으로 가는데 위봉함 앞에 전시한 모형 총통에서 똑같은 옷을 입은 아이들 넷이 총통을 붙잡고 포쏘는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충 상황 파악을 하고 되돌아갔어야 했는데...
이미 정신줄을 놔서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입장권 3곳 중에서 마지막 남은 진포 해양공원에 있는 위봉함에 왔습니다.
내부 사진은 찍었지만 차마 공개할 수 없습니다.
정말 과장 1도 없이 초등학교 저학년 역사 교육용 자료들만 있습니다. -,.-;
이미 정신줄은 놨지만, 3시간 걸려 왔는데 그냥 갈 수 없어서 군산에서 가볼 만한 곳을 열심히 검색했습니다.
근처에 가볼만한 데가 몇 군데 없습니다.
정확하게는 군산에서 가볼만한 데가 별로 없습니다.
신흥동 일본 근대 일본식 가옥과 일본 가옥 거리, 그리고 일본식 사찰 정도가 근처에 있습니다.
전부 걸어서 다닐만한 거리 안에 있어서 걸어서 차례로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신흥동 일본식 가옥부터 가봤습니다.
대저택입니다.
관리도 굉장히 잘되어 있고...
전형적인 일본식 부잣집 저택입니다.
넓은 앞마당과 수영장이 딸린 뒷마당까지 딸려있습니다.
정원수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분재 만드는 식으로 인공적으로 모양을 만들어서 기른 나무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유일 일본식 사찰이라고 하는 동국사에 가봤습니다.
국내 유일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일본식으로 지은 미니 사찰이고 작은 본전과 생활관 2동이 전부입니다.
군산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을 위해 지은 작은 절입니다.
일본 지방에 여행가면 동네에 있는 흔한 절입니다.
일본 지방 쪽 여행 다녀온 적 있으면 비추입니다.
군산 여행 올린 유튜버 영상만 봤을 때는 뭐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영상에 있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주차는 거의 불가능입니다. 근처 뒷골목에 알아서 세우고 걸어가야 합니다.
동국사 뒤편에 왕대숲이 있는데, 관리는 잘 안되고 있습니다.
오르는 계단도 좀 부서져 있고, 딱 동국사 뒤편 배경용? 정도 크기인 대숲이라 절 크기만큼이나 미니미니 한 대숲입니다.
5분이면 돌아볼 수 있습니다.
작기는 하지만 왕대나무를 직접 만져볼 수 있어서 나름 운치도 있고 괜찮습니다.
그리고 일본식 가옥들 있는 거리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좀 했습니다.
저는 그냥 그랬습니다.
일본 가면 흔하게 보는 일본 전통 가옥들 있는 관광지 동네 그대로입니다.
돌아다니다 보니 해가 떨어지고 배가 너무 고팠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오면서 휴게소에서 먹은 라면이 전부입니다.
군산 가면 꼭 먹고 와야지 했던 짬뽕을 먹으러 갔습니다.
짬뽕 특화거리? 입구에 있는 지도상 유일한 네임드? 중국집인 빈해원을 찾아갔습니다.
앞에 간판이 보이는데 영업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 사진 보니 입구 웨이팅도 있던데...
이런... 입구는 왼쪽 짬뽕 특화거리? 쪽에 있습니다.
예상과 달라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여기서 2차로 정신줄을 놓습니다.
가게 안에 들어섰는데 테이블이 반도 안 차있습니다.
평일이지만 한참 저녁 시간대인데 휑합니다.
짬뽕을 시켰습니다. 그냥 짬뽕인지 삼선짬뽕인지 물어보길래 삼선으로 했습니다.
이왕 왔는데 좋은 거 먹고 사진 예쁘게 찍어서 올려야지. ㅋㅋㅋ... 호구새끼...
가격표 보니 삼선짬뽕은 만원입니다.
물가가 미친 듯이 올랐다고 하지만 지방인데... 비쌉니다.
관광지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짬뽕이 나왔습니다.
순간 내가 피곤해서 헛것을 보나 싶었습니다.
우리 동네 맛집 삼선짬뽕 8000원짜리보다 더 부실합니다.
이래서 광고질 블로그에 군산 소개하면서 짬뽕 사진과 맛에 대한 평가는 별로 없던 거구나...
배가 너무 고파서 일단 열심히 흡입했습니다.
나름 관광지 1급지 식당이니 맛 평가가 의미 없지만, 그래도 평을 하자면...
국물은 탁한 국물이고 쓴맛이 좀 올라옵니다.
홍합(불편충들을 위해서 지중해 담치)은 많이 작습니다. 새우만 좀 괜찮은 크기이고...
해물은 전체적으로 선도가 떨어지거나 한건 아닌데 과조리되었습니다.
나름 노포일텐데...
미리 조리해놓은 거 덜어서 데워주는 건 아닐 거 같은데... 과조리한 티가 너무 났습니다.
면은 탄력이 있다기보다는 조금 단단한 기계면입니다.
보통 짬뽕 먹으면 국물까지 다 들이키고 나오는데 건더기만 건져먹고 그냥 나왔습니다.
짬뽕을 워낙 좋아해서 중국집에 가면 무조건 짬뽕인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정말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언제 또 올지 모르니 꼭 먹고 가리라.
그래도 나름 이름도 있고, 웨이팅도 있는 중국집인데...
동네 맛집 정도 이상은 기본으로 할거라고 예상을 했었습니다.
먹고 나왔는데 뒤늦게 결제 알림이 옵니다.
너 짬뽕 먹는데 만원 썼다.
눈이 침침해서인지 만원이 아니라 십만 원으로 보입니다.
낮에 구경 다닌 건 이미 기억에서 사라졌고, 군산 왕복하는데 9만원 썼으니 십만 원짜리 저녁밥입니다.
짬뽕 특화거리라고 하는데...
중국집은 없습니다.
사람도 없고...
돌아가는 경로 중간에 은파호수공원?이 있어서 호수 배경으로 커피라도 먹고 가려고 잠깐 들렀습니다.
사실은 검색해서 찾은 블로그의 호수 야경 사진이 너무 예쁘게 보여서... 낚였습니다.
검색해서 봤던 블로그의 사진과는 조금 다릅니다.
블로그에는 그럴듯하게 소개를 해놨던데... 소개와는 조금, 아니 많이 달랐습니다.
세금으로 설치한 비싼 안내시스템은 여름 날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기에는 너무 어둡고 사람도 없어서 그냥 차 돌려서 고속도로로 직행했습니다.
근대역사박물관 본관이 휴관하면서 아침부터 꼬여버린 일정이 광고 블로그와 블로그 사진빨에 낚여서 종일 호구 인증을 하고 10만 원짜리 비싼 짬뽕을 먹고 온 군산 여행기가 되었습니다.
근대역사박물관 본관 방문 계획이 있으신 분은 이리 재 개관 일정을 확인하시고 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짬뽕 말고 다른 맛집도 찾아보시고 가시는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