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어주는 김치. 매운실비김치 후기
논란의 중심인 GS25에 가서 이것 저것 부식을 줍줍하다 컵라면 김치를 하나 집었습니다.
매운실비김치.
이름을 아는 김치여서 집었습니다.
평소같으면 그냥 비비고 김치 미니를 집어들었을텐데...
이게 화근이었습니다.
무슨 김치인지는 대충 알고 있습니다.
안다고 아는 것은 아닌게 유튜브를 통해 몇몇 유튜버가 피눈물을 쏱으면서 먹방을 하는 걸 보고 아는 것이 전부입니다.
많이 맵겠구나...
맵부심이 있었습니다.
불닭볶음면에 쳥양고추를 더 넣어 먹거나 캡사이신 한번 정도는 둘러서 먹는지라 지가 매워봤자 얼마나 맵겠어 싶었습니다.
컵라면 물붓고 실비김치 개봉.
캡사이신 넣은 김치가 거무튀튀한거에 비하면 밝은 깍두기 색상입니다.
매운내도 별로 안올라옵니다.
작은 조각 김치 미니컵 분량이라 컵라면 다 먹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80g이라서 몇 젓가락 집으면 없어질 양입니다.
한 조각 먹어봅니다.
약간 익혀서 개봉한지라 산미도 있고 맛있.... 까지 생각하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캡사이신처럼 몇초 뒤에 오는게 아니라 넣고 씹자마자 펀치가 날아옵니다.
두피쪽이 띵해지면서 쎄한 느낌이 옵니다.
그리고 바로 미친듯한 매웃맛이 몰아치기 시작합니다.
빨강국물 라면을 먹고 있는데 라면에서 사리곰탕면 맛이 납니다.
김치 3조각쯤 먹자 본격적으로 매운맛이 위를 때리면서 위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아마 이때부터 정신줄을 놓은거 같습니다.
맵부심에 물따위는 먹지 않겠다고 물 없이 컵라면 한 개를 다 먹었습니다.
그 몇조각 안되는 김치 분량이 절반이 남았습니다.
안되겠다.
분량으로 희석시켜서 매운맛을 중화시키자.
즉석밥을 하나 데워서 밥을 말아서 어거지로 남는 몇조각 김치까지 다 먹었습니다.
살면서 했던 가장 멍청한 짓 5손가락 안에 들거 같습니다.
중화될줄 알았는데 먹느라고 팔려있던 정신이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매워집니다.
땀이 비오듯 쏱아집니다.
매운거 먹고 이렇게 땀을 흘려보는게 아마 처음인거 같습니다.
얼굴과 목을 타고 땀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도대체 김치에 뭘 쳐넣은...
베트남 고추입니다.
청양고추보다 수십배는 맵다는 그....
살면서 이렇게 겸손했던적인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의자에 바른자세로 앉아서 숨을 헐떡거리면서 비오듯 쏱아지는 땀을 닦았습니다.
뭐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온 세상 죄는 다 지은거 같았습니다.
아무 생각이 안납니다.
이마와 전두엽쪽은 화산이 폭발한거 처럼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이마빡에서 로케트가 이륙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매웃맛을 줄이려고 달달한 초코 쿠기와 냉수를 들이키기 시작했습니다.
버텨보려던 맵부심은 접었습니다.
쿠키와 냉수를 한참을 삼키고 나니 조금 진정이 됩니다. 쿠키를 몇 개를 먹은건지 기억이 안납니다.
다시는 맵부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참 죄를 많이 짓고 살았던거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분명 내일은 똥꼬에서 화산이 폭발할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맵부심이 있거나, 요즘 나태해지져서 자극이 필요하면 이 김치 추천합니다.
정말 많이 겸손해지는 자신을 찾을 수 있습니다.